제로 베이직·어반 베이직·컬처 베이직…셀 안에서 완결되는 삶의 구조
탄소·자급·순환 지표로 확산…‘살림 자본주의’의 선순환
[편집자주] SDX재단 전하진 이사장은 기후위기와 양극화, 인공지능(AI) 기술 혁명을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닌 ‘다중 위기’로 규정한다. 이 세 가지 위기의 공통된 뿌리에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기후 문제는 자본주의의 부산물이고, 양극화 역시 같은 토양에서 자라났다. AI 또한 더 많은 이윤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며 인간의 역할을 밀어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전 이사장이 10년 넘게 고민해 온 대안은 ‘살림주의’라는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최소 단위인 ‘살림셀’이다.
SDX재단 전하진 이사장./사진=김경은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편리함에 익숙해진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은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서 많은 이들은 자신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일자리를 잃은 다수는 소비력을 잃었고, ‘열심히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공식은 서서히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머니로직이 한계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이 제시하는 대안은 ‘살림로직’이다. 살림로직은 생명을 살리고(Salim), 풍요를 나누며, 윤리를 지키는 성장을 지향한다. 단순한 복지나 환경 담론이 아닌,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 살림로직을 구현하는 운영체제의 최소 단위가 바로 ‘살림셀’이다. 살림셀은 에너지와 식량, 돌봄을 외부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급·순환하는 공동체의 하부 구조를 뜻한다. 기존 도시 시스템을 부정하거나 벗어나려는 실험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사회가 멈추지 않도록 최소 단위부터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제로·어반·컬처…살림셀을 이루는 3가지 축
살림셀의 핵심 요소는 세 가지다. 셀 안의 생태계는 에너지·물·식량을 가능한 한 자연 기반으로 자급하는 지속가능한 인프라인 ‘제로 베이직’, 통신·교육·의료·주거 등 도시 기능을 내재화하는 ‘어반 베이직’, 그리고 생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인 ‘컬처 베이직’으로 이루어진다.
“살림셀 안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제로 베이직입니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기반 에너지 기술은 이미 충분히 성숙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과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에너지가 독립되면 식량 자급도 가능해집니다. 그 위에서 도시 기능을 내부화할 수 있죠.”
어반 베이직 역시 팬데믹 이후 점점 현실이 됐다. 전 이사장은 “이 개념을 처음 주장했을 때는 팬데믹 이전이라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하이브리드 근무와 원격 생활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식량이 독립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도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위성 통신 기술을 통해 원격 의료와 교육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존 도시가 가진 취약성을 살림셀 단위에서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는 구조다.
마지막 요소인 컬처 베이직은 생존 이후의 문제를 다룬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컬처 베이직은 ‘청지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인생의 기준이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매 순간을 얼마나 충만하게 살고 있는가’로 바뀝니다. 충만하게 산다는 건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입해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러다 보면 실력은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돈과 명예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따라오는 덤일 뿐이죠. 덤이 있든 없든 이미 삶은 충만하기 때문에 인생의 목표 자체가 달라집니다.”
다양한 단위로 가능한 살림셀
전 이사장은 살림셀이 도시 내의 아파트단지, 인구소멸 지역, 위기의 대학, 산업 단지, 군부대 등 어느 곳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아파트단지라면 옥상과 공용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공동 텃밭을 만드는 겁니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로컬푸드를 공동 구매할 수도 있고, 육아와 노인 돌봄을 이웃끼리 품앗이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공유 공간에서 문화 활동을 함께하고요. 일주일에 이틀 정도를 자급 자족에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아실현에 투자하는 삶을 상상해 보세요.”
지방 살림은 더 많은 자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땅이 넓으니 식량 자급률이 높고, 에너지 생산도 여유롭다. 하지만 고립되지 않는다. 고속 인터넷으로 세계 최고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원격 의료로 서울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진료받는다. 주말엔 KTX로 서울 공연을 보러간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단순히 강의를 듣는 소비자를 넘어, 셀을 구성하는 주체가 된다. 함께 밥을 만들고, 자원을 나누고, 조금씩 품앗이를 한다. 전 이사장은 “거창한 공동체 운동이 아니라, 각자가 잘하는 걸 조금씩 나누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렇게만 해도 셀은 충분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학에는 이미 관리 시스템이 있고, 관리 비용도 들어가죠. 그 비용의 일부를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줄 수 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생활비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가 됩니다. 살림셀은 살림마을 뿐만 아니라 살림기업, 살림선박, 살림대학 등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일수록 살림셀 모델은 빛을 발한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전통적인 산업화 경로는 기후협약 때문에 막혔고, 거대한 발전소와 송전망을 건설할 자본도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가 직접 본 아프리카 앙골라의 한 지역 마을은 그 변화의 축소판이었다.
“주거, 에너지, 통신 네트워크를 다 만들어 놓으면 아프리카의 똑똑한 애들이 거기서 컴퓨터로 공부해요. 비즈니스도 하죠. 세상이 달라지는 거예요. 앙골라에 그런 마을이 하나 생겼는데 전기도 쓰고, 컴퓨터도 쓰고, 물도 깨끗한 걸 먹어요. 밤에 불도 켜요. 그것만 있어도 거기는 완전히 문명 세계가 되는 겁니다.”
살림셀이 하나 팔리면 산업이 바뀐다…시장이 만들어지는 방식
전 이사장은 살림셀을 단순한 공동체 모델이 아니라, 기후 기술과 자본이 실제로 만나는 ‘시장’으로 규정했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팔리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작동할 구조, 즉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살림셀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기술이 작동할 물리적·사회적 무대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PC 한 세트가 팔렸어요. 그다음엔 뭐가 팔릴까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 팔립니다. 기본형이 있고, 그다음 버전이 나오고 또 버전업됩니다. XT 버전이 나오고, 그다음 AT가 나오고, 386이 나가고 계속 버전업되잖아요. 살림셀도 그렇게 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팔리면서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산업이 커졌듯 살림셀이라는 시장이 형성되면, 지금의 기술과 제품도 살림셀 환경에 맞게 특화돼 재편된다.
“시장이 없으니까 기후 기술을 아무리 만들어도 팔 데가 없는 겁니다. 살림셀이라는 시장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팔던 것들을 살림셀에 맞게 조정해 넣게 되겠죠. 그러면 산업이 커지는 겁니다.”
지표가 있어야 시장이 열린다…살림셀은 측정 가능한 시스템
그럼에도 전 이사장은 살림셀이 좋은 의도만으로 확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양하게 구축된 살림셀은 성과를 ‘성적표’로 남겨야 한다. 살림셀이 확산되려면 비교 가능한 기준, 곧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핵심 지표는 ▲탄소 감축량 ▲에너지·물·식량 자급률 ▲자원 순환률이다.
“이 셀이 얼마나 탄소를 줄였는지, 자급률이 어느 정도인지, 내부에서 얼마나 순환이 이뤄지는지를 수치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지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데이터입니다. 에너지 사용량, 생산량, 이동량 같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객관적 산출과 검증이 가능해지죠. 이렇게 쌓인 데이터가 플랫폼이 되고, 플랫폼이 제도와 시장을 움직이는 근거가 됩니다.”
또 살림셀은 지속 운영을 위해 법인격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냥 마을이 아니라 비영리 재단이든 협동조합이든 법인 형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비용을 받고, 투자를 유치하고,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성적표가 잘 나오면 이를 근거로 상품화해서 살림 자본주의가 형성되는 겁니다.”
다만 숫자만으로는 시장을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여기에 ‘작품’을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예술 작품을 살림셀과 함께 묶어 하나의 자산으로 만들고, 이를 유동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 이사장은 이를 위해 ‘가격을 발견하는 펀드’, 즉 프라이스 디스커버리 구조를 제안한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대신, 여기 투자해 보자는 거죠. 5만원, 10만원씩만 투자해도 됩니다.”
수만 명의 개인 투자자가 참여해 살림셀과 예술 작품이 결합된 증권을 공동으로 매입한다. 투자금의 일부는 작가와 운영 비용으로 쓰이고, 절반가량은 실제 살림셀에 투입된다. 이 순간 투자 행위는 기부이자 투자, 즉 필란트로피가 된다.
이 펀드는 탄소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한다. 전 이사장은 “지금은 탄소 1톤이 약 1만원 수준이지만, 우리는 1톤의 가치를 100만원으로 사주자는 합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참여자가 합의한 가격은 곧 시장의 기준이 된다.
“투자자들이 10만원씩 투자해서 1억원짜리 살림셀을 샀다고 해봅시다. 그럼 이 셀이 정말 1억의 가치가 있는지, 참여자들이 아주 꼼꼼하게 들여다보겠죠.”
잘 운영되면 ‘1억원짜리 셀’로 객관화되고, 문제가 있으면 9000만원이 될 수도, 아예 탈락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가격이 검증된다. 이후 ESG 기업이나 고액 자산가가 “그럼 우리는 1억 2000만원에 사겠다”고 나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전 이사장은 이를 ‘살림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슈퍼카를 사든, 그림을 사든, 살림 트로피 하나를 사든 부자들 입장에서는 비슷합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마을 하나를 살렸다’는 이야기가 남는 거죠.”
그가 꿈꾸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아니라, 살림을 많이 살린 사람이 존경받는 구조다. 살림셀의 성적표와 예술, 금융이 결합된 이 시스템 안에서 ‘살림 부자’가 새로운 사회적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본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기후와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 더 이상 희생이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세련된 선택이 됩니다.”
순환이 핵심…셀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
전 이사장은 다시 ‘순환’이라는 키워드로 돌아왔다. 구조적 전환의 성패는 결국 하나의 셀 안에서 얼마나 자립적이고 완결된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그는 친환경 제품이나 일회성 캠페인이 갖는 한계 역시 이 지점에서 짚었다.
“분리수거는 멀리서 한꺼번에 처리할수록 비효율적입니다. 마을 단위처럼 가까운 곳에서 이뤄질수록 훨씬 깨끗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죠. 폐기물 문제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거리입니다. 썩는 일회용 컵을 써도 결국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중요한 건 셀 내부에서 닫히는 순환 구조입니다.”
전 이사장은 국제사회가 ‘분산형 솔루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봤다. 한국은 특히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UN도 이제는 분산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AI 전력 문제가 지금 심각합니다. AI 전력 때문에 발전소도 지어야 하고, 송전망도 또 깔아야 하는 상황이죠. 한전 입장에서는 시장을 뺏기게 되는 셈이니 달가워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쓰는 전기는 얼마든지 분산할 수 있습니다. 하부 구조를 살림셀이라는 개념으로 분산시키면 실현 가능한 목표예요.”
버블은 전환의 신호…혼란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전 이사장은 살림주의 확산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우후죽순으로 살림셀이 생기면, 그 안에 사기도 나오고 별의별 일이 다 생길 겁니다. 그 혼란을 ‘전환의 증거’로 읽어야 합니다. 버블이 생긴다는 건 전환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닷컴 버블이 터졌지만, 인터넷 혁명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지 않습니까.”
초기 비용 역시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당장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확산이 된다면 지자체 하부 구조가 단단해지는 겁니다. 먹고 사는 게 해결되면 일자리의 개념이 달라져요. 당장 일자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이 오죠.”
한국은 문명 전환의 실험장
전 이사장은 한국 사회가 이미 살림셀의 원형을 품고 있다고 봤다. 비빔밥과 발효 문화에는 자원을 순환시키는 생활의 논리가, 온돌에는 최소 에너지로 최대 효율을 끌어내는 구조적 지혜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굳이 ‘살림’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 이사장은 살림을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고유한 언어이자 의식으로 봤다.
“저도 처음엔 그냥 ‘살림살이’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너무 일상적인 말이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살림’을 영어로 번역해 보려고 했더니 잘 안되더라고요. 이유를 보니, 살림은 단순히 ‘살리다’의 명사가 아니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살림이라는 단어 안에는 ‘타자를 살려야 내가 산다’는 집단적 감각이 내재돼 있다. 이는 개인과 공동체를 분리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우리 의식’과 맞닿아 있다.
“한국에서 ‘우리 남편’, ‘우리 아내’라는 말은 다른 말로 번역이 안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복수가 아니라 ‘나의 확장’이에요. 우리가 잘못되면 나도 잘못된다는 뜻이죠.”
전 이사장은 이 ‘우리 의식’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 온 원동력이라고 봤다. 전쟁 이후 극심한 빈곤과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을 넘어선 집단적 생존 감각이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
“금 모으기 운동이나 한글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외국 사람들 눈에는 이해가 안 됩니다. 왜 개인 재산을 내놓느냐는 거죠.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우리’가 무너지면 ‘나’도 없어진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전 이사장은 K-pop과 팬덤 문화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고 봤다. 개인의 취향을 넘어 ‘함께 지지하고 함께 키운다’는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된 이유다.
“이러한 살림 문화가 첨단 기술과 결합하면, 단순한 생활양식이 아니라 ‘문명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K-pop이나 K-food를 넘어,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문명 전환 모델을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는 2030년을 문명 전환의 결정적 시점으로 본다. 기후 위기와 AI 전환 모두 이 시점을 기준으로 급격히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 이사장은 “2030년 이전에 살림셀이 실증되고 확산되기 시작해야 한다”며 “1999년 닷컴 혁명처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전환의 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살림주의를 단순한 환경 담론이나 공동체 실험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년 후 전국에 수백 개의 살림마을이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면, 지역은 다시 활력을 되찾고 도시는 생존 경쟁의 압력에서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살림셀은 인류가 다음 문명으로 진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환입니다. 이제 우리는 기술에 압도되지 않고, 기술을 도구 삼아 진정한 풍요와 공존을 누리는 ‘살림의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인간이 소비하는 기계가 될지, 살림하는 주인이 될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파이낸셜리뷰 김희연 기자
출처 : 파이낸셜리뷰(http://www.financialreview.co.kr) 바로가기
제로 베이직·어반 베이직·컬처 베이직…셀 안에서 완결되는 삶의 구조
탄소·자급·순환 지표로 확산…‘살림 자본주의’의 선순환
[편집자주] SDX재단 전하진 이사장은 기후위기와 양극화, 인공지능(AI) 기술 혁명을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닌 ‘다중 위기’로 규정한다. 이 세 가지 위기의 공통된 뿌리에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기후 문제는 자본주의의 부산물이고, 양극화 역시 같은 토양에서 자라났다. AI 또한 더 많은 이윤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며 인간의 역할을 밀어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전 이사장이 10년 넘게 고민해 온 대안은 ‘살림주의’라는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최소 단위인 ‘살림셀’이다.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편리함에 익숙해진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은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서 많은 이들은 자신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일자리를 잃은 다수는 소비력을 잃었고, ‘열심히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공식은 서서히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머니로직이 한계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이 제시하는 대안은 ‘살림로직’이다. 살림로직은 생명을 살리고(Salim), 풍요를 나누며, 윤리를 지키는 성장을 지향한다. 단순한 복지나 환경 담론이 아닌,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 살림로직을 구현하는 운영체제의 최소 단위가 바로 ‘살림셀’이다. 살림셀은 에너지와 식량, 돌봄을 외부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급·순환하는 공동체의 하부 구조를 뜻한다. 기존 도시 시스템을 부정하거나 벗어나려는 실험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사회가 멈추지 않도록 최소 단위부터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제로·어반·컬처…살림셀을 이루는 3가지 축
살림셀의 핵심 요소는 세 가지다. 셀 안의 생태계는 에너지·물·식량을 가능한 한 자연 기반으로 자급하는 지속가능한 인프라인 ‘제로 베이직’, 통신·교육·의료·주거 등 도시 기능을 내재화하는 ‘어반 베이직’, 그리고 생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인 ‘컬처 베이직’으로 이루어진다.
“살림셀 안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제로 베이직입니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기반 에너지 기술은 이미 충분히 성숙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과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에너지가 독립되면 식량 자급도 가능해집니다. 그 위에서 도시 기능을 내부화할 수 있죠.”
어반 베이직 역시 팬데믹 이후 점점 현실이 됐다. 전 이사장은 “이 개념을 처음 주장했을 때는 팬데믹 이전이라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하이브리드 근무와 원격 생활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식량이 독립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도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위성 통신 기술을 통해 원격 의료와 교육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존 도시가 가진 취약성을 살림셀 단위에서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는 구조다.
마지막 요소인 컬처 베이직은 생존 이후의 문제를 다룬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컬처 베이직은 ‘청지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인생의 기준이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매 순간을 얼마나 충만하게 살고 있는가’로 바뀝니다. 충만하게 산다는 건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입해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러다 보면 실력은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돈과 명예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따라오는 덤일 뿐이죠. 덤이 있든 없든 이미 삶은 충만하기 때문에 인생의 목표 자체가 달라집니다.”
다양한 단위로 가능한 살림셀
전 이사장은 살림셀이 도시 내의 아파트단지, 인구소멸 지역, 위기의 대학, 산업 단지, 군부대 등 어느 곳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아파트단지라면 옥상과 공용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공동 텃밭을 만드는 겁니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로컬푸드를 공동 구매할 수도 있고, 육아와 노인 돌봄을 이웃끼리 품앗이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공유 공간에서 문화 활동을 함께하고요. 일주일에 이틀 정도를 자급 자족에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아실현에 투자하는 삶을 상상해 보세요.”
지방 살림은 더 많은 자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땅이 넓으니 식량 자급률이 높고, 에너지 생산도 여유롭다. 하지만 고립되지 않는다. 고속 인터넷으로 세계 최고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원격 의료로 서울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진료받는다. 주말엔 KTX로 서울 공연을 보러간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단순히 강의를 듣는 소비자를 넘어, 셀을 구성하는 주체가 된다. 함께 밥을 만들고, 자원을 나누고, 조금씩 품앗이를 한다. 전 이사장은 “거창한 공동체 운동이 아니라, 각자가 잘하는 걸 조금씩 나누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렇게만 해도 셀은 충분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학에는 이미 관리 시스템이 있고, 관리 비용도 들어가죠. 그 비용의 일부를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줄 수 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생활비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가 됩니다. 살림셀은 살림마을 뿐만 아니라 살림기업, 살림선박, 살림대학 등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일수록 살림셀 모델은 빛을 발한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전통적인 산업화 경로는 기후협약 때문에 막혔고, 거대한 발전소와 송전망을 건설할 자본도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가 직접 본 아프리카 앙골라의 한 지역 마을은 그 변화의 축소판이었다.
“주거, 에너지, 통신 네트워크를 다 만들어 놓으면 아프리카의 똑똑한 애들이 거기서 컴퓨터로 공부해요. 비즈니스도 하죠. 세상이 달라지는 거예요. 앙골라에 그런 마을이 하나 생겼는데 전기도 쓰고, 컴퓨터도 쓰고, 물도 깨끗한 걸 먹어요. 밤에 불도 켜요. 그것만 있어도 거기는 완전히 문명 세계가 되는 겁니다.”
살림셀이 하나 팔리면 산업이 바뀐다…시장이 만들어지는 방식
전 이사장은 살림셀을 단순한 공동체 모델이 아니라, 기후 기술과 자본이 실제로 만나는 ‘시장’으로 규정했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팔리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작동할 구조, 즉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살림셀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기술이 작동할 물리적·사회적 무대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PC 한 세트가 팔렸어요. 그다음엔 뭐가 팔릴까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 팔립니다. 기본형이 있고, 그다음 버전이 나오고 또 버전업됩니다. XT 버전이 나오고, 그다음 AT가 나오고, 386이 나가고 계속 버전업되잖아요. 살림셀도 그렇게 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팔리면서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산업이 커졌듯 살림셀이라는 시장이 형성되면, 지금의 기술과 제품도 살림셀 환경에 맞게 특화돼 재편된다.
“시장이 없으니까 기후 기술을 아무리 만들어도 팔 데가 없는 겁니다. 살림셀이라는 시장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팔던 것들을 살림셀에 맞게 조정해 넣게 되겠죠. 그러면 산업이 커지는 겁니다.”
지표가 있어야 시장이 열린다…살림셀은 측정 가능한 시스템
그럼에도 전 이사장은 살림셀이 좋은 의도만으로 확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양하게 구축된 살림셀은 성과를 ‘성적표’로 남겨야 한다. 살림셀이 확산되려면 비교 가능한 기준, 곧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핵심 지표는 ▲탄소 감축량 ▲에너지·물·식량 자급률 ▲자원 순환률이다.
“이 셀이 얼마나 탄소를 줄였는지, 자급률이 어느 정도인지, 내부에서 얼마나 순환이 이뤄지는지를 수치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지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데이터입니다. 에너지 사용량, 생산량, 이동량 같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객관적 산출과 검증이 가능해지죠. 이렇게 쌓인 데이터가 플랫폼이 되고, 플랫폼이 제도와 시장을 움직이는 근거가 됩니다.”
또 살림셀은 지속 운영을 위해 법인격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냥 마을이 아니라 비영리 재단이든 협동조합이든 법인 형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비용을 받고, 투자를 유치하고,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성적표가 잘 나오면 이를 근거로 상품화해서 살림 자본주의가 형성되는 겁니다.”
다만 숫자만으로는 시장을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여기에 ‘작품’을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예술 작품을 살림셀과 함께 묶어 하나의 자산으로 만들고, 이를 유동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 이사장은 이를 위해 ‘가격을 발견하는 펀드’, 즉 프라이스 디스커버리 구조를 제안한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대신, 여기 투자해 보자는 거죠. 5만원, 10만원씩만 투자해도 됩니다.”
수만 명의 개인 투자자가 참여해 살림셀과 예술 작품이 결합된 증권을 공동으로 매입한다. 투자금의 일부는 작가와 운영 비용으로 쓰이고, 절반가량은 실제 살림셀에 투입된다. 이 순간 투자 행위는 기부이자 투자, 즉 필란트로피가 된다.
이 펀드는 탄소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한다. 전 이사장은 “지금은 탄소 1톤이 약 1만원 수준이지만, 우리는 1톤의 가치를 100만원으로 사주자는 합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참여자가 합의한 가격은 곧 시장의 기준이 된다.
“투자자들이 10만원씩 투자해서 1억원짜리 살림셀을 샀다고 해봅시다. 그럼 이 셀이 정말 1억의 가치가 있는지, 참여자들이 아주 꼼꼼하게 들여다보겠죠.”
잘 운영되면 ‘1억원짜리 셀’로 객관화되고, 문제가 있으면 9000만원이 될 수도, 아예 탈락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가격이 검증된다. 이후 ESG 기업이나 고액 자산가가 “그럼 우리는 1억 2000만원에 사겠다”고 나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전 이사장은 이를 ‘살림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슈퍼카를 사든, 그림을 사든, 살림 트로피 하나를 사든 부자들 입장에서는 비슷합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마을 하나를 살렸다’는 이야기가 남는 거죠.”
그가 꿈꾸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아니라, 살림을 많이 살린 사람이 존경받는 구조다. 살림셀의 성적표와 예술, 금융이 결합된 이 시스템 안에서 ‘살림 부자’가 새로운 사회적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본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기후와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 더 이상 희생이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세련된 선택이 됩니다.”
순환이 핵심…셀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
전 이사장은 다시 ‘순환’이라는 키워드로 돌아왔다. 구조적 전환의 성패는 결국 하나의 셀 안에서 얼마나 자립적이고 완결된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그는 친환경 제품이나 일회성 캠페인이 갖는 한계 역시 이 지점에서 짚었다.
“분리수거는 멀리서 한꺼번에 처리할수록 비효율적입니다. 마을 단위처럼 가까운 곳에서 이뤄질수록 훨씬 깨끗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죠. 폐기물 문제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거리입니다. 썩는 일회용 컵을 써도 결국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중요한 건 셀 내부에서 닫히는 순환 구조입니다.”
전 이사장은 국제사회가 ‘분산형 솔루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봤다. 한국은 특히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UN도 이제는 분산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AI 전력 문제가 지금 심각합니다. AI 전력 때문에 발전소도 지어야 하고, 송전망도 또 깔아야 하는 상황이죠. 한전 입장에서는 시장을 뺏기게 되는 셈이니 달가워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쓰는 전기는 얼마든지 분산할 수 있습니다. 하부 구조를 살림셀이라는 개념으로 분산시키면 실현 가능한 목표예요.”
버블은 전환의 신호…혼란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전 이사장은 살림주의 확산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우후죽순으로 살림셀이 생기면, 그 안에 사기도 나오고 별의별 일이 다 생길 겁니다. 그 혼란을 ‘전환의 증거’로 읽어야 합니다. 버블이 생긴다는 건 전환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닷컴 버블이 터졌지만, 인터넷 혁명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지 않습니까.”
초기 비용 역시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당장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확산이 된다면 지자체 하부 구조가 단단해지는 겁니다. 먹고 사는 게 해결되면 일자리의 개념이 달라져요. 당장 일자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이 오죠.”
한국은 문명 전환의 실험장
전 이사장은 한국 사회가 이미 살림셀의 원형을 품고 있다고 봤다. 비빔밥과 발효 문화에는 자원을 순환시키는 생활의 논리가, 온돌에는 최소 에너지로 최대 효율을 끌어내는 구조적 지혜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굳이 ‘살림’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 이사장은 살림을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고유한 언어이자 의식으로 봤다.
“저도 처음엔 그냥 ‘살림살이’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너무 일상적인 말이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살림’을 영어로 번역해 보려고 했더니 잘 안되더라고요. 이유를 보니, 살림은 단순히 ‘살리다’의 명사가 아니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살림이라는 단어 안에는 ‘타자를 살려야 내가 산다’는 집단적 감각이 내재돼 있다. 이는 개인과 공동체를 분리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우리 의식’과 맞닿아 있다.
“한국에서 ‘우리 남편’, ‘우리 아내’라는 말은 다른 말로 번역이 안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복수가 아니라 ‘나의 확장’이에요. 우리가 잘못되면 나도 잘못된다는 뜻이죠.”
전 이사장은 이 ‘우리 의식’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 온 원동력이라고 봤다. 전쟁 이후 극심한 빈곤과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을 넘어선 집단적 생존 감각이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
“금 모으기 운동이나 한글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외국 사람들 눈에는 이해가 안 됩니다. 왜 개인 재산을 내놓느냐는 거죠.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우리’가 무너지면 ‘나’도 없어진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전 이사장은 K-pop과 팬덤 문화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고 봤다. 개인의 취향을 넘어 ‘함께 지지하고 함께 키운다’는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된 이유다.
“이러한 살림 문화가 첨단 기술과 결합하면, 단순한 생활양식이 아니라 ‘문명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K-pop이나 K-food를 넘어,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문명 전환 모델을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는 2030년을 문명 전환의 결정적 시점으로 본다. 기후 위기와 AI 전환 모두 이 시점을 기준으로 급격히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 이사장은 “2030년 이전에 살림셀이 실증되고 확산되기 시작해야 한다”며 “1999년 닷컴 혁명처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전환의 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살림주의를 단순한 환경 담론이나 공동체 실험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년 후 전국에 수백 개의 살림마을이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면, 지역은 다시 활력을 되찾고 도시는 생존 경쟁의 압력에서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살림셀은 인류가 다음 문명으로 진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환입니다. 이제 우리는 기술에 압도되지 않고, 기술을 도구 삼아 진정한 풍요와 공존을 누리는 ‘살림의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인간이 소비하는 기계가 될지, 살림하는 주인이 될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파이낸셜리뷰 김희연 기자
출처 : 파이낸셜리뷰(http://www.financialreview.co.kr) 바로가기